돌멩이 조각

3일 만의 외출

데굴데굴 굴러가 2024. 12. 6. 09:13

이번 주 화요일 이후로 학교를 가지 않았다.

심지어 월요일에는 실습도 가지 못해 출석이 위기이다.

금요일까지 집 밖에 나가지 않다가 다시 우울이 극심해지는 시기가 왔고 슬슬 한번 산책을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즉시 몸을 일으켜 나간 게 막 동이 틀 무렵이다.

밖은 생각보다 견딜만해서 이 정도면 겨울에 러닝을 뛰어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눈이 오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만.

산책로의 방향은 해가 뜨는 방향이어서 저 멀리 구름이 서서히 밝아지는 게 보였다.

오늘은 저 해가 뜨는 걸 보고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천천히 걸으며 밝아오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저 밝음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산책로에는 끝이 있지만, 가볼 수 있는 만큼 가봐야겠다.

천천히 걷고 있자니 이 이른 아침에도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밤새우고 어슬렁 나온 나와 다르게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함께하며,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저절로 생각이 긍정적이게 되는 기분이다. 평소에 비해서 말하는 것이다.

아무도 없을(물론 정말 가끔 한 두 명씩 보이지만) 새벽 4시쯤의 밤 산책도 좋아하지만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의 산책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이 적을 때의 산책은 생각 정리가 잘 돼서 좋아한다.

 

하늘이 이뻐서 하늘 사진도 찍고, 사람이 없을 때만 보이는 항상 같이 잇는 두 마리의 오리사진도 찍으며 걸었더니 어느새 막바지이다.

해가 하필 아파트에 걸쳐 안 보이길래 그 위로 떠오를 때까지 산책로 끝의 벤치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멍하니 해를 보고 있으니 너무 밝아 눈이 멀 것 같았다.

계속 멍하니 보고 있자니, 해의 둥근 형태가 밝음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다들 그런 짓 한 번씩 안 해봤는가? 해를 뚫어져라 바라보면 둥그스름한 형태가 보이는 것.. 커서는 눈 아파서 자주 하진 않지만 어릴 땐 무슨 생각인지 자주 했었다.

그냥 해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였을 수도 있다.

문득 눈이 멀도록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을 했다.

저렇게 밝은 모습도 자세히 보면, 진짜 형태가 보인다.

다들 제각기의 모습이 있는데 겉모습에 눈이 멀어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아파트 위로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보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집 방향으로 돌아서서 걸었다.

아까보다 다니는 차들이 많아졌다.

해를 구경하다 정신 팔려서 몰랐는데 꽤나 볼이 시리다.

얼른 집에 들어가서 할 일을 해야겠다.

다들 오늘 하루 잘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