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4

나의 불안에게

나의 불안에게 그런 밤이 있다. 아무 전조도 없이 불안이 찾아오는 밤.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차가운 손끝을 서로 마주 잡는.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보다 잠이 오지 않아 결국 몸을 일으키는.잔잔하게 깔린 음악을 들으며 은은한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는.그런 밤이 있다.나의 우울에게 약 덕분에 잔잔한 감정을 유지하다, 한 번씩 추락하는 날이 있다.온갖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극단적인 상상을 하다, 두려움과 우울함에 못 이겨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그런 날이 있다.울다 지쳐 잠에 들고 일어난 날에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눈이 퉁퉁 부은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그저 멍하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한 뒤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나의 공황에게 저녁때 병원에 가니까 사람이 많았다. 이래서..

돌멩이 조각 2024.12.22

3일 만의 외출

이번 주 화요일 이후로 학교를 가지 않았다. 심지어 월요일에는 실습도 가지 못해 출석이 위기이다.금요일까지 집 밖에 나가지 않다가 다시 우울이 극심해지는 시기가 왔고 슬슬 한번 산책을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생각한 즉시 몸을 일으켜 나간 게 막 동이 틀 무렵이다.​밖은 생각보다 견딜만해서 이 정도면 겨울에 러닝을 뛰어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눈이 오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만.산책로의 방향은 해가 뜨는 방향이어서 저 멀리 구름이 서서히 밝아지는 게 보였다.오늘은 저 해가 뜨는 걸 보고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천천히 걸으며 밝아오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저 밝음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산책로에는 끝이 있지만, 가볼 수 있는 만큼 가봐야겠다.​천천히 걷고 있자니 이 이른 아침에도 개를 산..

돌멩이 조각 2024.12.06

나 자신에 대한 고찰.(주의)

현재 내가 가까운 관계라고 느끼는 사람은 가족들과 애인 정도이다.다만 그런 관계에도 말하지 않는 속내가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생각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일은 최근 애인과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발생했다.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생각과 내 병에 대해서 말하다가, 애인이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온전히 내 스스로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 다른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짜집기 된 사고 같다고 말했다.그 말에 충격과 상처를 받았고 애인 또한 우울감을 느낀 시절이 있었기에, 이해해 줄 줄 알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배신감마저 느낀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우울감과 자살사고를 이겨내며 확립한 사고인데, 설사 여기저기에서 글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

돌멩이 조각 2024.12.02

돌멩이를 모아서.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30분. 1시간 정도 잔 것 같다.졸려서 취침약을 안 먹고 그냥 잤더니 한 시간 만에 바로 깨버린 모양이다.멍하니 버즈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언니의 코골이 소리를 듣다 화장실에 다녀왔다.​커튼을 치지 않은 창가에 붙어 밤바다를 잠시 바라봤다. 정면은 바다, 옆 창문은 민가들이 보이는 데 가로등 하나에 의존해서 살짝 보이는 모습이 폐가 같아 보인다. 밤바다나 민가나 둘 다 공포영화에 나올듯한 비주얼이다.작년에 이 광경을 봤으면 몰래 밖에 나가 밤바다에 가라앉아버리겠다는 충동이 들었을 텐데, 지금은 생각만 들고 아직은 더 삶을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니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싶다.​잠이 깬 김에 네이버 블로그를 좀 탐험하며, 블로그명에 대해서 고..

돌멩이 조각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