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조각

나 자신에 대한 고찰.(주의)

데굴데굴 굴러가 2024. 12. 2. 00:04

 

현재 내가 가까운 관계라고 느끼는 사람은 가족들과 애인 정도이다.

다만 그런 관계에도 말하지 않는 속내가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생각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일은 최근 애인과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발생했다.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생각과 내 병에 대해서 말하다가, 애인이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온전히 내 스스로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 다른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짜집기 된 사고 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충격과 상처를 받았고 애인 또한 우울감을 느낀 시절이 있었기에, 이해해 줄 줄 알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배신감마저 느낀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우울감과 자살사고를 이겨내며 확립한 사고인데, 설사 여기저기에서 글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 한들 내가 공감을 했다면 그것이 곧 내 생각이 아니겠는가.

애인과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다르고, 애인 이외에 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고민했던 시절이 우습게 느껴지며 그 고민들이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애인은 자기가 오늘 좀 세게 말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세게 말하는 것이 아닌 그 말에서 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존중도 없어 보였다.

자기 말은 다 옳고 내가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쓰는 방법들은 다 잘못된 방법이라고, 너의 생각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스운 건, 그 와중에 내가 상처를 받았는지 배신감을 느꼈는지도 확실히 잘 모르겠고 역시 타인한테 나에 깊은 곳에서 하는 생각들에 대해 말하지 말걸 이라는 자기혐오를 느낀 것이다.

남을 원망하기는 너무 지치고, 나를 원망하는 일은 습관처럼 너무 익숙한 일이다.

또다시 나는 이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애인에게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겠지.

 

다시금 이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일단은 사과를 받고 일단락되었다.

역시 완전한 타인이랑 가까워지는 과정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남들과 가까워질 가치가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생각은 복잡하고 눈은 하도 울어서 따갑고 건조하기 그지없다.

 

그날 일에 대한 건 내가 며칠 동안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러 매체를 접하고, 독서를 하고, 경험을 쌓아 올려 생긴 내 가치관은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닌가.

그 사고방식이라면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 아닌가.

나와 상당 부분이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건 가능한가.

그 관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이지?

 

그 일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간간이 하는 중이다.